1 애플의 공동 창업자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사망하면서 애플은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앨라배마 출신으로 공급망과 생산 비용의 달인 팀 쿡의 손에 맡겨졌습니다. 저자는 아이브와 쿡의 커리어와 그들이 회사를 인수한 후 회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다룹니다. 부제처럼 ‘잡스 사후, 애플이 겪은 격동의 10년을 기록한’ 책이에요. 그 세월만큼 600쪽을 살짝 넘어갑니다.
2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맥북 에어,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각 제품 카테고리를 재정의했어요. 물론 아이폰이 대표 선수이죠. 아이폰의 명백한 우월성 때문에 다른 휴대폰 회사는 애플의 디자인을 모방했지만, 노키아, 블랙베리, 팜 등은 파산의 길로 들어섰습니다(개인적으로는 ‘인쇄매체’로 밥벌어 먹고 나같은 인간에게도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이 이어졌어요). 이 혁신적 제품으로 여러 산업계가 아작이 났지만, 이후 애플은 예전 '기적의 10년'만큼 파괴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다른 어떤 휴대폰 회사도 따라올 수 없는 하드웨어 혁신의 기록을 세웠지만요.
3 책은 아이브와 쿡의 파트너십의 발전과 종말을 추적합니다. 공개된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전현직 직원과 고문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기 덕분입니다. 등장인물이 4페이지에 걸쳐 있어요. 다만 내용의 진위 여부는 애플의 ‘오메르타 문화(침묵의 계율)’에 따른다고 합니다. 아이브나 쿡 모두 저자와의 인터뷰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러니 저자는 아이브가 밝은 노란색 사브를 타고, 쿡은 칙칙한 혼다 어코드를 타고 출근하는 등 비교 묘사를 통해 그들의 차이를 그려냅니다.
알다시피 두 사람 모두 1990년대에 가라앉던 애플을 구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아이브는 캔디색 투명 케이스가 달린 새로운 컴퓨터 라인의 디자인을 감독했고, 1998년 아이맥이 출시되었을 때 잡스는 마치 조각품처럼 한 장씩 떼어내며 ‘다른 행성, 더 뛰어난 디자이너가 있는 좋은 행성에서 온 것 같다’며 아이브의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눈길을 사로잡은 아이맥은 대중적 인식과 직원들의 사기, 수익성을 한꺼번에 개선했어요. 마침내 애플은 구원을 받았고, 이제 성장만 하면 된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성장은 탄탄대로를 밟아나갔습니다.
4 애플하면 ‘완벽주의’가 떠오를 것입니다. 애플의 주역 3인방인 아이브, 쿡, 잡스는 나름나름 완벽주의자이죠. 책에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물론 이런 완벽주의만으로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잡스가 사망한 후 차세대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요. 홈 오토메이션, 의료 기기, 자율 주행 자동차, 텔레비전 및 다양한 휴대폰 등에 대한 연구를 매진했고 일부는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브는 애플 워치가 차세대 기대주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아이브는 수년 동안 제품 디자인의 핵심 인물이었지만, 그의 역할이 커지면서 “디자이너는 제품의 외관을 정의하고 기능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냈다”고 소개합니다. 직원들은 그들의 힘을 ‘신을 실망시키지 말라’는 말로 요약된다고 했어요. 애플의 부는 아이브의 완벽주의를 뒷받침했습니다. 손목 밴드용 가죽은 유럽 전역의 제혁소에서 공급받았고, 맞춤형 와인딩 크라운의 디자인과 제조에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처음부터 초고가 버전을 만들기로 결심한 아이브는 일반 금보다 내구성이 두 배나 뛰어난 새로운 18캐럿 합금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시계가 혁신이 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아이브가 아이폰보다 더 많은 통제권을 갖게 되면서 시계는 손목에 차는 유용한 화면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바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5 아이브의 대형 프로젝트와는 대조적으로 쿡은 여러 가지 사건에 직면했습니다. 세금 문제로 의회에 불려갔고, 애플 지도의 초기 버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과해야 했죠. 삼성 갤럭시나 중국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등장했고요. 그리고 그는 포춘 500대 기업 중 최초로 커밍아웃한 최고 경영자입니다. 그리고 2018년에는 1조 달러 가치의 상장 기업의 첫 번째 리더가 되었고, 이후 2조 달러. 그리고 3조짜리 회사로 키우는 중이죠. 이렇듯 저자는 애플의 시련과 승리에 대해 조밀하고 세밀하게 기술하면서, 2000년대 아이브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애플이 2010년대에는 어떻게 쿡의 회사가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아이브와 쿡은 또 다른 아이폰을 원했지만, 책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기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자율 주행 자동차는 너무 어렵고, 건강 기기는 규제가 너무 심하죠. 텔레비전은 음악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호되고, 이어버드와 와치는 (기술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애플의 가장 위대한 제품에 비해 주변적인 기기입니다.
잡스가 사망한 후 애플이 아이폰만큼 중요한 기기를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기 전에도 애플은 그렇게 중요한 다른 기기를 생산하지 않았어요. 쿡이 잡스처럼 최고 경영자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2018년에는 1조 달러 가치의 상장 기업의 첫 번째 리더가 되었고, 이후 2조 달러. 그리고 3조짜리 회사로 키웠습니다.
6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전략과 운 사이의 영원한 긴장’으로 창출되는 기업이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지만 마음대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쿡의 가장 큰 기회는 애플의 미래에 있었고, 아이브의 기회는 애플의 과거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음의 혁신’이 아이클라우드, 애플 뮤직, 액스토어와 같은 서비스로 밝혀졌을 때, 쿡은 훌륭하게 적응했다고 봅니다. 그는 잡스가 사망하기 전에 했던 조언을 받아들여 “그냥 옳은 일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추가적으로 아이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덜 중요시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저자 또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잡스의 죽음 이후 몇 달 그리고 몇 년 동안 실리콘밸리는 애플의 사업이 흔들리리라 예상했습니다. 월가는 애플의 앞길에 대한 우려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충성 고객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혁신기업의 미래를 걱정했어요. 그로부터 10년 뒤 애플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여덟 배 이상 상승해 3조 달러를 돌파했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비록 파괴적 혁신기업으로서 일부 빛을 잃었지만 월가의 가장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잡스가 한때 걱정했던 소니, 휴렛팩커드, 디즈니처럼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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