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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롤랜드 베이더는 화폐 공급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라고 설파했습니다. 어느 국가든 화폐 발행에 대해서 독점하고 있기에 매우 대담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또한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책 전체에 관통하고 있습니다.
두 저자들 또한 이런 화폐 독점이 낭비, 비효율,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화폐제도와 통화량 확장, 그리고 부채 증가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부자들은 더 부유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합니다. “그다음 국가는 사회복지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수입을 재분배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는 국가 스스로 만들어 낸 기만적인 존재 이유다. 하지만 그 문제들은 국가의 화폐 독점권이 없었더라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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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의문은 계속됩니다. ‘화폐가 국가의 손에 그렇게 안전하다면 왜 화폐의 구매력이 계속 떨어질까요?’ 국가가 통제하는 통화 시스템이 소위 자유 시장에 맡기는 것보다 여전히 더 낫다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의문입니다. 중앙은행(미국의 연방준비제도나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이 점점 더 많은 새 화폐를 만들어내는 것이 허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왜 국가는 상업 은행이 신용(대출)으로 무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을 허용할까요? 당좌 예금 계좌에 예치한 돈을 은행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 허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국, 곧 그 돈이 다시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려준 경우,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할 때 돈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보에 따르면 유로존에서는 현금, 당좌 예금, 단기 저축 예금 등으로 구성된 M2 통화 공급량이 유로화 도입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럽에 거주한다면 같은 기간 동안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이 두 배로 늘었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리다고 우리의 수입이 두 배로 증가했을까요? 당연히 아닐 것입니다.
유로존의 통화 공급이 두 배로 늘었는데 은행 잔고가 늘지 않았다면, 그 추가 자금이 다른 사람의 계좌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이미 당신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더 부유하게 시작한 사람이 더 부유해졌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는 더 가난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부의 재분배를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은 새로 찍어서 만들어진 돈을 먼저 확보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가장 먼저 그 돈을 손에 넣는 사람은 아직 변하지 않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큰 이익을 본다. 반면 새로운 돈을 뒤늦게 손에 넣은 사람들이나 아예 그 돈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람들은 피해자가 된다. 그들이 추가 수입을 확보할 시점이 되면 물건과 서비스 가격은 이미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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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사악한 부자’와 가난한 노동자를 착취하고 법에 의해 적절한 임금, 최소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CEO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폭언이라고 생각하진 말아야 합니다. 사실 더 많은 돈이나 더 많은 부를 획득하여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려는 다른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왜냐하면 좀더 행복한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본성일 뿐입니다. 이러한 동기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면 우리는 여전히 동굴에서 살고 있겠죠. 중요한 것은 자신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나 도구를 사용하는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를 추구하는 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집중하며 심지어 부도덕하거나 심지어 범죄적인 수단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자기중심적이고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의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진짜 원인은 화폐 시스템 자체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누군가를 직접적이고 개인적으로 돕는 대신 국가에 책임을 떠넘기고 “나는 이미 세금을 충분히 냈는데”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것입니다.
책 내용은 다소 익숙한 주제이지만, 인식을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충분한 사람들이 우리 화폐 시스템의 왜곡과 불공정에 대해 알아야만 변화에 대한 희망이 생길 것입니다. 무엇이 좋은 돈인지, 현재의 돈이 나쁜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좋은 돈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나쁜 돈이 한 사회의 소득과 부의 분배에 어떤 운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도 말이죠.
사실 ‘국가 개입’은 여러 겹의 페인트를 칠하는 것처럼 경제와 사회에서 해로운 발전의 진정한 원인을 은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국가 경제에 대한 한 층을 벗겨낼 수 있고, 결국에는 화폐 경제에 대한 대한 작은 진실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은 우리 사회가 소원해지고 있다고 느끼는가? 다수를 압박해 소수가 이익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이어지던 사회적 결속의 끈이 마모되어 가는 이유는 무엇이며, 사람들이 물질주의에 집착하고 냉혹하게 변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자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진짜 원인은 화폐 시스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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