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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운영전략

이익 소각은 최적의 출구 전략인가?

대표이사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마주치는 여러 고민 중 하나는 '기업에서 돈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오는가' 일 것입니다. 물론 회사 운영이 순조로워 매출이나 수익이 나야 할 수 있는 고민입니다. 돈을 잘 벌어도, 그렇지 않아도 걱정거리가 많은 게 대표이사의 자리입니다. 대표이사가 기업에서 받을 수 있는 채널은 급여, 상여, 배당소득 그리고 퇴직금 등입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급여나 상여는 종합소득세와 4대 보험의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과표가 연 8천8백만원을 넘으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소득세율이 38.5%, 1억5천만원을 넘으면 41.8%, 3억원을 넘으면 44%이므로 4대보험을 포함하면 50%에 육박하는 거죠. 배당도 2천만원 초과시 종합소득에 합산해서 과세되므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나마 퇴직금은 4대보험이 없고 세율이 낮을 수 있지만 퇴직 때나 쓸 수있는 방법이므로 당장의 실효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잘 되서 회사에 이익이 발생하고 잉여금이 쌓여가도 회사로부터 보상을 챙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투자나 외부 자금 없이 회사를 키운 대표자 입장은 "내 회사 내가 맘대로 하겠다는데, 누가 뭐래?"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세금 부담 없이 '잉여금'을 빼올 수 있는 방법으로 ‘이익소각’을 자주 거론합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순서입니다. 주주인 대표이사가 자신의 주식 중 6억원 정도의 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합니다. 왜 배우자이고 6억이냐 하면, 배우자에게는 10년간 배우자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증여에 따른 세금이 없다는 뜻이죠.

이렇게 증여받은 배우자는 주식을 회사에 자사주로 매각하고 회사는 이를 소각합니다. 회사가 주식을 소각하면 의제배당( 擬制配當, 정규의 이익처분에 의하지 않고 실지 배당과 똑같은 이익이 주주 또는 출자자에게 돌아가는 경우의 이익배당)에 따른 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증여가와 매각가가 동일해 배당소득이 없습니다. 소득세가 없는 거죠.

결과적으로 6억원의 회사돈을 세금 한 푼 없이 인출하게 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주식수가 감소할 때 잉여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으므로 (자본금이 감소하는) ‘감자’보다 더 유리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만약 주주가 대표이사와 자녀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소각한 만큼 자녀의 지분율은 높아지므로 승계의 효과도 발생합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대표이사들이 주식소각을 활용했는데 2022년에 국세청에서 이에 대해 제동을 걸었던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른 방법으로 6억원이란 돈을 회사에서 인출했다면 꽤 많은 세금을 내야겠지만 이익소각 방법으로 인해 막대한 세금이 걷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국세청의 입장에서는 대표이사 주주가 주식 6억원을 회사에 팔고 그 돈을 배우자에게 주었다면 의제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조세회피를 위해 순서를 바꾼 가장거래로 본 것입니다. 이에 '실질과세 원칙상 원고가 회사에 쟁점 주식을 직접 양도하였고, 그 양도대금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거래를 재구성하여 의제배당에 따른 소득세를 경정하여 고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이익소각을 실행한 대표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상황이 전개되어버렸습니다. 당연하게도 당사자는 국세청이 법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했다며 불복을 했고, 결국 조세심판원에 이어 행정소송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에 대한 행정소송의 결과는 이랬습니다.

"법원은 ‘납세자인 원고가 자기주식 이익소각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상법상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하였고,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배우자 증여공제 한도가 감소하는 등 손실이 발생하였으며, 단지 배우자 증여공제 제도를 통하여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고 주식 증여가액과 양도가액이 동일하여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조세 회피 목적의 부당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국세기본법상 거래의 실질은 '과세 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모두 부인하고, 다시 복수의 거래로 재구성하는 경우까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주식 양도대금이 배우자에게 귀속되었기 때문에, 원고에게 의제배당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며 국세청의 패소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같은 이익소각은 적법하고 안전한 잉여금 출구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유의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우선 증여, 자기주식 취득, 이익소각의 절차에 있어 상법상 적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자에게 주식 증여 후 1년 이후에 자사주 취득 등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주식매각자금은 증여받은 배우자가 사용 또는 보유해야 하고, 회사에 충분한 잉여금과 현금이 있는지 여부와 추후 소각시 지분변동에 따른 문제가 없는지를 사전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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